[천자칼럼] 계륵이 된 컨테이너?

입력 2024-01-08 17:53   수정 2024-01-09 00:22

“1990년대 중반이 되면 바비(인형)의 국적은 더욱 모호해졌다. 나일론 머리카락은 일본제였고, 몸체를 구성한 플라스틱은 대만제, 안료는 미국제, 면 소재의 옷은 중국제였다. 바비는 단순한 소녀 인형이지만 자신만의 세계적인 제조 공급망을 만들어냈다.” 미국 경제학자 마크 레빈슨은 2006년 출간한 <더 박스: 컨테이너는 어떻게 세계 경제를 바꾸었는가>에서 이렇게 평가했다. 컨테이너 덕분에 전 세계 상품 운송 비용이 절감되고 글로벌 무역이 활성화돼 대규모 글로벌 공급망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박스’가 세계 경제를 연결했다는 저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오늘날 비교적 싼 비용으로 해외직구가 가능하게 된 것도 컨테이너 덕분이다.

해상 운송에 컨테이너를 처음 도입한 사람은 미국의 운송사업가 맬컴 매클레인(1913~2001)이다. 1956년 4월 길이 9m짜리 컨테이너 58개를 싣고 뉴저지에서 텍사스로 향한 ‘아이디얼 엑스(Ideal X)’가 세계 첫 컨테이너선이다. 컨테이너 보급에는 막대한 투자, 트럭·기차·선박에 모두 싣기 위한 표준화 작업, 부두 노동자들의 반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았지만 결과는 혁명적이었다. 컨테이너가 보급되기 전에는 화물을 싣고 내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화물선은 항행하는 시간이 50%, 항구에서 짐을 싣고 내리는 시간이 50%였다. 컨테이너 덕분에 화물선이 항행하는 시간이 90%로 늘어났고, 하역비용은 t당 5.83달러에서 0.16달러(15.8센트)로 급감했다. 매클레인을 ‘컨테이너화(containerization)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이유다.

이제 컨테이너 없는 글로벌 공급망이나 국제 분업은 불가능하다. 2022년 세계 100대 컨테이너항만이 처리한 물동량은 6억8580만TEU. 길이 20피트짜리 컨테이너 하나가 1TEU이니 전체 규모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세계 3위 조선사인 한화오션이 수익성이 떨어지는 컨테이너선 수주 영업을 중단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관심을 끌었다. 중국의 저가 공세가 그만큼 거센 탓이다. 고부가가치 선박을 수주하는 우리 조선사엔 어느새 컨테이너선이 계륵이 돼 버렸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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